<아홉 번 덖음차> 묘덕스님 지음, 담앤북스

봄이 되자 수줍게 모습을 보이던 새순이 자라 연둣빛 세상이 된다. 싱그러운 찻잎이 ‘차철’이 됐음을 알린다. 올라온 새순을 온종일 수확해 밤새 덖고 비벼 햇차를 만든다. 아홉 번 덖음차는 섭씨 400도가 넘는 무쇠 솥에 잎을 덖는다. 이렇게 높은 온도에서 덖는 것은 제살(制殺)을 위해서다. 아홉 번이라는 무고한 과정 속에 차는 모양과 색깔, 향기가 달라진다. 스님은 마치 사람의 안색을 살피듯 차색을 확인한다.

차(茶)와 인연이 돼 순천 선암사에서 지암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묘덕스님은 구증구포의 제다법을 계승했다. 스님의 차는 전통 방식에 경험이 더해져 더욱 깊은 맛과 향이 담겨 있다. 이 아홉 번 덖은 차는 그야말로 스님께서 지나온 세월의 모든 순간이 담겨있다.

스님은 이 책에서 차의 법제 방법과 과정에서의 이야기를 사진가 함께 시적인 글로 엮어냈다. 1장엔 찻잎을 덖는 법제 방법을 소개하고, 2장에선 지리산 야생차를 비롯한 차 전반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3장에서는 좋은 다구를 선별하는 법과 차를 마시는 법 등에 대해 설명한다. 마지막 4장엔 차인으로 살아온 스님이 아홉 번 덖음차를 법제하고 함께 나누며 느낀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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