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을 때가 있다. ‘그땐 그래서 좋았지’, ‘그래서 힘들었지’하면서 그때의 추억을 지금 다시 소환한다. 힘들었던 그 당시의 일들도 지나고 보면 별일이 아니었던 것처럼 여겨지고 행복하고 좋았던 추억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과거의 기억이 감쪽같이 바뀌는 경험을 통해 절대적인 것 없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일 뿐, 변치 않는 것은 없다.

현재 내가 들고 있는 기준과 가치에 따라 모든 것은 다르게 해석된다. 과거에 믿었던 신념이나 교리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희석되거나 바뀌기 마련이다. 특히, 종교적 믿음이 바뀌는 경우에는 예전에 믿었던 종교에서의 구원이 지금은 의미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목숨만큼 중요한 내세에 대한 믿음도 한낱 지푸라기보다 못한 것이 될 수 현실이다. 나의 믿음이 내 인생을 걸 만큼 위대하고 절대적이라고 자신하지 말아야 한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 사람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뉴턴으로 대표되는 고전물리학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현대에 와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등장으로 인해 절대 왕좌를 내놓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물리학의 근간이 되는 상대성이론도 언젠가 새로운 이론에 의해 그 불완전성이 밝혀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어떤 법칙이나 진리가 거짓으로 판명되거나 부족함이 드러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렇다고 바뀌고 변화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겐 도리어 희망이 있다. 변화의 과정을 통해서 인류의 의식은 진화 발전해 왔으며 작금의 발전도 부족함을 보완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세상의 과학도 우리의 기억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지금 원수 같던 관계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절친한 관계가 될 수 있고,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행복의 법칙이 담겨있다. 늘 바뀌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만이 바뀌지 않는 진실이고 현실이라는 것이다. 상황과 입장이 어떻게 변하든지 지금 나의 집착을 내려놓으면 우린 지금 바로 여기에서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이 옳고 이 사람만이 좋다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있을 때 우리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현재이므로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옳고 그름을 따지다 보면 현재의 행복을 놓치기 쉽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시비분별을 가리지 말라고 한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불완전성을 지니며 완전해지기 위해 애쓰며 성장하는 존재다. 나의 실수와 부족함에는 관대하고 남의 허물과 과오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을까? 결국, 남을 미워하고 싫어하게 되면 내가 괴롭고 불행해지는 것이지 않는가?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상대를 비난하며 자신의 불행을 자초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보다 나은 자기 자신을 만들고 나다운 삶을 가꾸어 간다.

내 주장만이 옳고 내가 생각하는 가치만이 최고라고 여길 때부터 갈등은 시작된다. 지금 나에게 집중하고 행복에 머문다면 현재의 행복을 물론이고 지난 과거를 행복한 추억으로 되돌릴 수 있다. 과거의 삶이 아픈 기억이 될지 기쁜 추억이 될지는 지금의 마음 상태에 달려있다. 모든 것은 변하고 누구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절대기준에 집착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면 과거는 지금의 나를 행복케 하는 양분이 될 수 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미 지나갔다. 그것을 지금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추억으로 만드는 것은 순전히 나의 몫이다. 지금 내 마음이 여유롭고 행복하다면 과거의 기억은 황금물결로 밀려오며 내 가슴을 충만함으로 벅차오를 것이다.

다시 처음 주제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살면서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나? 지금 내 마음이 강퍅하고 초조할수록 그 좋았던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조금 더 여유롭고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봄철 새순이 돋든 행복했던 추억은 내 마음 밭에서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현재의 행복은 우리의 과거를 바꾸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밝은 내일을 예고한다. 지금을 놓침으로써 과거를 잃고 미래를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어리석음이다. 어쩌면 지금 내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뀐다는 것은 무서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내 과거와 미래지 지금 이 찰나의 순간에 달려있다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부정적이기 보단 긍정적으로, 이기적이기 보단 이타적으로, 집착하기 보단 순수하게 사랑하는 마음을 가꾸어 간다면 행복의 에너지는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우리의 삶을 찬란하고 풍요롭게 밝힐 것이다. 그 마음 상태를 정하는 것은 순전히 나의 몫이자 권리다. 우리 모두 각자의 행복을 만들어 가고 충분히 누리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도연스님은

카이스트 스님으로 알려진 도연스님은 카이스트에 입학해 전자공학을 공부하다 돌연 출가의 뜻을 품고 스님이 되었다. 이후 카이스트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에서 에너지 명상과 참선을 지도했으며, 2015년에는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를 10년만에 졸업 하고 오대산 월정사에서 원명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16년 사미계를 수지하고, 현재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어린이, 대학생, 청년부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e붓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