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 동안 이어지는 7번의 재판

-사후세계, 망자의 생전 업으로 결정

 

사람이 죽어 망자(亡者)가 되면

저승에서 사십구일에 걸쳐 일곱 번의 재판을 받게 된다.

저승의 일곱시왕은 거짓, 나태, 불의, 배신, 폭력, 살인, 천륜을 심판하며

모든 재판을 통과한 망자만이 다음 생으로 환생한다.

<불설수생경(佛說壽生經)>

 

가장 첫 장면에 <불설수생경>의 한 구절이 등장한다. 이는 영화 전반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은 주인공 김자홍(차태현)이 망자가 된 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재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하다 죽음을 맞게 된 자홍에게 차사 해원맥(주지훈)과 이덕춘(김향기)이 나타난다. 덕춘은 자홍을 정의로운 망자, 귀인이라며 그를 치켜세운다.

자신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자홍은 차사들에게 이끌려 저승으로 가는 입구 ‘초군문(初軍門)’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또 다른 차사 강림(하정우)을 만나고, 19년 만에 귀인을 만난 삼차사(三此事)는 자홍의 환생을 확신한다.

 

영화의 배경과 등장인물

지장시왕도(1936~1795) /출처: 호림미술관

영화는 <불설수생경>의 한 구절과 함께 시작된다. 불성수생경은 조선 전기의 판본으로 12간지의 띠별 60갑자에 따른 저승의 관속(官屬)을 비롯해 금전과 경전의 시납해야할 수량을 설명한 불서다. 변상도와 함께 수록됐으며 합철된 <불설예수십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에는 저승의 각 대왕과 권속, 지옥의 풍경 등이 판화로 묘사돼있다.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 줄여서 <시왕경(十王經)>이라고 하는 이 경전에는 인간이 죽어 심판을 받는 곳인 명부(冥府)와 망자가 생전에 지은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 시왕(十王)이 등장한다. <지장보살발심인연시왕경(地藏菩薩發心因緣十王經)>에는 망자가 명부에서 시왕을 만나 심판을 받는 내용이 기록돼있다.

민간신앙에서 등장하는 월직차사(왼쪽)와 일직차사(오른쪽) /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자홍을 도와 49일간 함께하는 삼차사, 그들은 경전에 등장하는 인물일까? 이들에 대한 답은 중국의 도교와 민간신앙으로부터 시작된다. 문헌에는 ‘하늘에서 심부름을 하는 천황(天皇)차사는 일(日)직사자요, 땅의 일을 보는 지황차사는 월(月)직사자다.’라며 두 차사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강림도령은 우리나라 신화 <차사본풀이>에 등장하는 인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리고 가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믿어진다. 특히 제주에선 이 강림차사가 저승차사가 되는 과정에 관한 신화가 남아 있고 현재도 굿에서 불리며 전승되고 있다. 영화 속 삼차사는 우리나라 신화와 민간신앙에서 비롯된 존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49’ 숫자가 의미하는 뜻 

망자는 저승에서 49일 동안 일곱시왕에게 7번의 심판을 받고, 49일이 되는 날 최종심판을 결과 받는다.

이승에선 망자가 돌아간 날을 1일로 삼아 초재부터 49일 동안 7번의 재를 지낸다. 이것이 바로 ‘49재’이다. 망자가 심판을 받는 동안 괴로움을 덜고 깨달음의 길을 얻게 하고자 공덕을 회향하는 추선공양(追善供養)을 드린다.

49재의 절차는 시련, 대령, 관욕, 신중작법, 상단권공, 관음시식, 봉송, 탈상 순으로 진행된다. 재는 먼저 고인의 영혼을 사찰의 단에 모시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영혼을 간단히 대접해 맞아들이고 앞으로 부처님 법에 의해 재를 진행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다음으로는 영혼을 불전에 모시기 전 생전에 저지른 악한 행위를 씻어내며 관욕을 한다. 재가 끝날 때까지 일체의 장애와 마구니(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번뇌)가 범접하지 못하게 엄호해 주시기를 권청드리는 의식이 진행되고 불단에 공양을 드리며 법식을 베푼다. 영혼을 대접하는 일반 제사의식이 치러지고 다음 생을 기약하며 보내는 봉송과, 상주를 벗어나 평상인으로 돌아가는 탈상을 끝으로 의식을 마친다.

 

영화 속에 담긴 불교적 메시지

청동국화범자명원형경(14~15세기) /제공: 호림박물관

영화에는 송제대왕이 심판하는 배신지옥이 등장한다. 이곳은 생전 이기적인 의도로 배신한 죄를 심판하는 곳으로 지나는 길에는 천지경(天地鏡)이라는 땅이 있다. 천지경은 <인왕경>에 나오는 반야(般若)에 대한 8가지 비유(인왕경팔유)에서 등장하는데, 모든 중생의 어둠을 밝히는 반야를 모든 것을 비추는 거울에 비유했다. 시왕도(十王圖)에도 이 같은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염라대왕의 대애지옥(碓磑地獄)에는 업경대(業鏡臺)를 통해 생전 지은 모든 업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거울은 모두 죄를 지은 자에게 자신이 한 일을 돌이켜보라는 것을 빗대어 표현한다. 이것은 자신이 저지른 일의 과보는 다시 돌아간다는 ‘자업자득’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생전 업에 따라 이승에서의 판결은 받는 것, 그것이 바로 사후세계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면죄부, 죄를 씻어내다

이렇듯 인간은 죽으면 현세에서의 죄업에 따라 명부시왕의 재판을 통해 값을 치르게 된다. 이 고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불설예수시왕생칠경>에서는 생전에 부처님께 공양하고 정성으로 예를 올릴 것을 강조한다.

예수시왕생칠재(預修十王生七齋)의 공덕을 설한 이 경전에는 생전에 사후왕생을 기원하는 불사(佛事)를 미리 행함으로써 죽은 후에 명부시왕의 심판을 받아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면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죄를 짓지 않아야겠다.’는 반응이 가장 컸다. 부처님은 이러한 중생들을 위해 한결같은 가르침을 설하셨다. 바로 바로 불교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5가지 계목, 오계(五戒)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을 잊고 산다. 하지만 더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승에서의 업이 저승에서의 나의 명부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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