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한 삶은 아름답다. 심플한 삶은 적게 소유하는 대신 사물의 본질과 핵심으로 통한다. 심플한 삶은 문제를 해결해 준다. 너무 많이 소유하려는 것을 멈추자. 그러면 자신을 돌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필요한 물건보다 더 많은 소유하는 것은 곧 새로운 불행을 짊어지는 것이다.” (도미니크 로로, 『심플하게 산다』중에서)

요즘 심플한 삶에 대한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단순한 것의 가치에 비중을 두기 때문일 것이다. 물질문명의 발달에 반하여 정신문명이 퇴보해가는 흐름 속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음원차트에서 예전곡이 역주행을 하듯 과거에 각광 받았던 가치가 다시 재조명 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2017년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키워드가 주목을 받았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이다. 그로인해 남의 눈치 안보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사는 욜로족이 대거 등장했다. 그 흐름은 2018년에도 이어진다. 욜로에서 조금 더 나아간 개념으로 소확행(小確幸)이 등장했다.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준말이다. 아울러 ‘한번 사는 인생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자’라는 욜로의 실천방안이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또는 그것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이다.

 

소확행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언급한 말에서 유래되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행복으로 정의 했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일상이고 남에겐 의미가 별로 없을 수 있지만 나를 행복하게 하는 소소한 것들이 있다. 취업, 결혼, 해외여행, 좋은 집과 고급차 등 보이는 것들의 물질적 가치는 크지만 그것의 성취는 불확실하다. 불확실한 것을 좇기보다는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추구하는 편이 낫다.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거나 좋아하는 빵을 먹을 때처럼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내가 만족하는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이 순간에 집중’ 하는 것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소확행은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8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중의 하나다. 함께 선정된 키워드 ‘미닝아웃(Meaning out)’과 ‘커렌시아(Querencia)’와도 연관이 있다. ‘미닝아웃’은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자기만의 의지나 정치적 사회적 신념을 커밍아웃한다는 의미이다. ‘케렌시아’는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과 경향을 뜻한다. 나의 소소한 행복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것과 휴식을 취하며 안정감을 느끼는 것으로도 온다는 면에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유럽에서도 소확행과 비슷한 개념을 쓰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고요하고 한적하다’는 뜻으로 오캄(au calme)을 사용한다. 즐겨야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평온을 추구하는 태도다. 스웨덴에서는 ‘딱 좋다’ ‘적당하다’라는 의미로 라곰(lagom)을 쓰는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것에 기뻐하고 만족하는 태도다. 덴마크에서도 휘게(hygge)라는 말로 ‘편안함’ ‘안락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족과 친구와 함께함에서 오는 안락함이나 혼자만의 여유 등에 만족하는 행복이다.

 

그렇다면 불교에서는 행복의 길을 어떻게 안내하고 있을까? 

 

행복을 위해서는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행복은 성취라기보다는 지금 현재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통은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고통만 걷어내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고통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고통의 원인이 되는 집착과 탐욕을 내려놓으면 된다. 필요이상의 것을 소유하고 이루고자 하는 것은 욕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유하지 못함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괴로워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사실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행복할 수 있다. 욕심만 내려놓으면 된다. 지금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면 된다. 불필요한 것을 필요이상으로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그리고 내가 갖고 싶은 그것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를 돌이켜 본다. 현재의 소유물을 정리하고 잠재적 소유욕만 내려놓아도 마음은 한결 편해진다. 그로인한 고통은 화로위의 눈송이처럼 사라진다. 내가 머무는 공간에 대해서도 정돈이 필요하다. 어지럽혀진 방에서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없다. 내 주변을 정돈하고 깔끔히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정화되고 이완된다. 크게 돈과 힘을 들이지 않아도 내 주변 정리를 하면 쉽게 행복해 질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 고통을 부르는 집착하는 마음을 어떻게 내려놓을 수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자. 불교에서는 소유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댄다. 베풀고 나누고 자신의 소유를 없게 하라는 것이다. 이 몸뚱이마저도 내 것이라는 집착을 하지 말라고 한다. 이것이 무소유의 정신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 무소유의 실천은 아니다. 내 것만이 아니고 우주의 것이며 인류와 자연 모두의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갖으라는 것이다. 내 소유를 살피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무소유를 실천하는 길이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더 효율적이게 쓰고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소유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더 가치 있게 쓰고 나누라는 가르침이다.

 

소유를 에너지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고유의 파장을 갖고 있다. 음식, 옷, 컴퓨터, 스마트폰, 이불, 책, 책상 등 여러 가지 물건은 에너지로 존재하고 고유의 주파수를 갖고 있다. 자신의 주파수를 방출하고 다른 것을 수용한다. 같은 물건이더라도 어떤 위치에 어떻게 놓여있느냐에 따라 에너지상태가 다르며 다른 파장이 나온다. 따라서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산만하게 하지 않도록 그 파장을 조정해야 한다. 신경이 자꾸 쓰이고 불편함을 주는 배치는 바꿔야 한다. 없어도 될 물건들은 버리는 것이 좋다. 나를 복잡하게 하는 파장을 주는 물건은 없는 편이 낫다. 무엇을 소유하고 채우느냐 보다 갖고 있는 것을 어떻게 정리하고 비우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러한 습관이 몸에 배이면 매사에 더 신중하게 되고 더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고 정돈하는 것은 곧 자기를 성찰하는 길이다. 소유하고 있는 것을 잘 관리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정돈할 수 있다. 정돈되고 심플한 삶은 우리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남들에게 보이는 것보다 나를 위한 소소한 행복이 중요하다. 나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길은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

 

 도연스님은

카이스트 스님으로 알려진 도연스님은 카이스트에 입학해 전자공학을 공부하다 돌연 출가의 뜻을 품고 스님이 되었다. 이후 카이스트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에서 에너지 명상과 참선을 지도했으며, 2015년에는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를 10년만에 졸업 하고 오대산 월정사에서 원명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16년 사미계를 수지하고, 현재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어린이, 대학생, 청년부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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