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도로통행은 일반적으로 오른쪽(우측) 통행이 원칙이다. 따라서 도로는 어디를 가든 우측통행일 거라는 선입관을 가지게 된다. 물론 세계에는 이처럼 우측통행을 원칙으로 한 교통체계를 도입한 국가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러나 영국과 일본, 태국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를 비롯한 과거의 혹은 현재 영연방국가들의 여러 나라에서는 교통체계가 좌측통행을 원칙으로 하여 도입되어 있다.

그럼, 왜 좌측통행이 되었을까? 영국인들에게 물으면 영국사람들은 왼손잡이가 많아서 일거라고 하기도 하고, 일본인에게 물으면 (일본인은 원래 오른손잡이가 많아서) 오른손잡이 사무라이들이 양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랬다는 식으로 참으로 그 이유와 설(說)도 사람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다양하고 그럴싸하다.

그러나 좌측통행의 정작의 이유는 ‘기사도 정신’에서 유래한다.
산업혁명 후 마차교통에 의한 물류 및 인원 소통에 원활하게끔 도로체계가 형성되는데, 그전 까지는 좌측통행의 큰 원칙이 있었던 건 아닌 모양이다. 즉 마차라는 것은 마부(운전)석이 반드시 오른쪽에 위치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이고 마부는 말고삐의 줄을 왼손에 잡고 채찍을 오른손에 들고서 마차(말)를 조종한다. 그러나 당시의 도로는 특수한 귀족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민들과 귀부인 아녀자들이 단거리이동을 하는 보행길이기도 했다. 보행자 중에서도 귀부인들에게 말채찍이 부딪치는 일은 당시 신사의 나라 영국의 ‘기사도 정신’을 크게 손상시키는 비신사적인 행위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보행자를 배려하여 마차통행의 원칙이 좌측통행이 되었고 그 후 증기기관 등 자동차의 발명으로 마차가 다니던 길은 마차를 대신하여 자동차가 달리게 된 것이다. 증기기관 및 자동차의 핸들도 당연히 손님을 태우기에 편리하게 우측핸들 우측운전석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과거 대영제국의 식민지였거나 영연방국이었던 나라의 교통체계가 영국식으로 되었고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의 좌측통행 우측핸들은 이러한 역사의 잔재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섬나라이면 다 그런 방식을 취한다는 억측까지 생겨난 것이다.

남의 흉내 내기를 좋아하는 일본의 경우는 문화, 교육 등 전반에 걸쳐 유럽의 대륙식(특히 독일식)을 많이 도입하게 되나, 메이지 정부 당시 같은 입헌군주국이었던 관계로 왕실체계나 마차 및 도로교통을 영국방식을 열심히 모방한 결과이고, 자동차 문화가 확대되면서 마차나 노면전차(路面電車) 대신에 자동차가 달리게 된 것이다. ‘사무라이가 시민을 생각하여…’라는 식의 이유도 모두 사후적으로 그럴싸하게 합리화시킨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일본인에게 이에 대한 이유를 물으면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세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측통행이 보편적으로 많은 이유는 자동차 보급이 유럽과 더불어 미국에서 더 급성장하게 되는데 후발 산업자본주의국가의 대부분이 일본보다는 뒤늦게 유럽의 대륙식 혹은 미국식 교통체계를 도입한 것에 따른 결과이다.

 

 

 

송휘영 교수(영남대학교 독도연구소 연구교수)는

농업경제학박사(日本 京都大),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일본문화학회 부회장,  동북아역사재단, 국립중앙과학관, 독도재단 등 자문위원, 환경법률신문 논설위원, 전) 한국그린투어리즘연구소 소장, 전)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연구위원, 전) 일본 교토대학 객원연구원. 저서로는 '일본 향토사료 속의 독도(2014, 선인)' 외 20여 권이 있으며, 여러 매체에 독도에 관련된 칼럼을 게재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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