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본의 환락가의 대표주자로 동경의 긴자(銀座)거리와 교토의 기온(祇園)거리를 꼽는다. 긴자거리가 현대식 유흥가인 반면 교토의 기온거리는 하얀 분칠을 한 채 기모노(일본의 민족의상)를 입은 전통적인 일본기생이 출몰하는 술집거리로 유명하다.

그런데 교토의 게이샤는 버블경제 절정기에만 하더라도 그 지망생들이 많았고 그들은 게이샤라는 직업에 대해 상당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지원하였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여학생들의 장래희망 중 상위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였다. 가장 일반적인 패턴이 소학교(=초등학교) 중퇴 혹은 졸업 후 견습생으로 오키야(置屋)라는 집에 입문을 하여(숙식을 함께 함) 청소와 잔심부름 등을 하면서 샤미센(三味線=거문고 비슷한 일본의 전통악기)과 춤, 노래, 게이샤가 되기 위한 각종 교양과 지식을 쌓는다. 그리하여 10대 후반이 되어 일정한 예능(藝能)이 인정되면 게이샤로서 데뷔하게 된다. 데뷔에는 돈 많은 사업가가 스폰서가 되어 그에 필요한 기모노 및 화장, 행사 비용 일체를 부담하고 오키야의 오카아상(우두머리)이 행사를 주재하여 여러 사람들 앞에서 예능을 피로하게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게이샤(藝者)에는 마이코와 게이코로 구분되는데 처음 데뷔한 게이샤는 주로 마이코(舞妓, 舞子)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예능에 경륜이 쌓인 경우 전속스폰서(‘단나상’이라고 하는데 이 게이샤에 대한 평생의 경제적 책임을 짐)가 생길 경우, 머리를 올리고 비녀를 꼽게 된다. 이것은 주인이 있다는 의미로 이들을 게이코(藝妓)라고 부른다. 머리를 올린 게이샤들은 한 평생 자신을 돌봐주는 단나상의 후실로서 살면서 자기소유의 오키야를 차려 제자를 키우고 후진을 양성하게 된다. 이것이 게이샤의 최종목표인 셈이다. 여기서 단나상은 주로 기모노를 만드는 직물회사의 사장이거나 교토시내 사찰의 주지스님(대처승이면서 절의 소유권을 가지며 주지직과 재산권을 상속)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의 계층이 많이 다양화하고 있다.

이들 게이샤가 프로로 데뷔하여 게이코가 되면 숙식과 생활을 함께하는 오키야에서 오차야(お茶屋=무용, 음악을 피로하고 술을 마시며 손님들과 접하는 곳)로 영업을 나가게 된다. 이 경우 반드시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하고 기모노 복장으로 거리를 이동한다. 교토의 야사카신사 남쪽과 기온의 시죠도오리 남쪽에 많은 오키야가 있다. 그 곳이나 혹은 산죠(三條)와 시죠(四條)의 사이에 난 폰토쵸(先斗町)라는 오차야(お茶屋)가 주로 밀집한 거리에서 이들 게이샤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게이샤 화장을 해주고 복장을 빌려주는 상업이 활발해졌다. 교토의 관광명소를 게이샤 복장으로 다니는 사람은 대개 진짜 게이샤가 아니라 관광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오챠야라는 곳은 반드시 회원제이고 누군가의 소개를 받지 않고서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게이샤의 예능에도 계보=유파(流派)가 있는데 교토에만 5가지 유파가 있으며 이들 유파의 예(藝)의 진수를 가리는 자랑 대회가 미야코오도리(都をどり) 가모가와오도리(鴨川をどり) 등이다. 이는 매년 봄이면 한 달에 걸쳐 열린다. 참고로 미야코오도리는 올해로 130회(년)나 계속해서 열리고 있다. 교토의 게이샤는 그야말로 지 ‧ 덕 ‧ 체 ‧ 예를 모두 갖춘 우리의 옛 기생과도 같은 풍습으로 현대 속에서 면면히 그 전통을 계승해 가고 있다. 가부키가 그렇고 다카라즈카 극단이 그렇고 노우(能)와 교우겐(狂言)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버블경제가 붕괴되고부터 불황의 늪이 계속되는 일본에서는 유흥가의 술집들이 울상이다. 눈먼 돈들이 현저하게 줄었을 뿐 아니라 기존의 고객들조차도 발길이 뜸하여 전통요정의 경영도 무척 힘들어지고 있다. 수입이 줄어들어 문을 닫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또한 게이샤 지망생들과 예비 게이샤들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다른 지방도시의 전통기생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교토의 게이샤도 그 명맥이 유지될 것인가 하는 걱정스런 견해도 많다.

 

 

 

송휘영 교수(영남대학교 독도연구소 연구교수)는

농업경제학박사(日本 京都大),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일본문화학회 부회장,  동북아역사재단, 국립중앙과학관, 독도재단 등 자문위원, 환경법률신문 논설위원, 전) 한국그린투어리즘연구소 소장, 전)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연구위원, 전) 일본 교토대학 객원연구원. 저서로는 '일본 향토사료 속의 독도(2014, 선인)' 외 20여 권이 있으며, 여러 매체에 독도에 관련된 칼럼을 게재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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