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에선 겨울마다 콩 삶는 냄새가 났다. 비리고 구릿한 냄새가 나면 아궁이 쪽으로 열려있던 방문을 늘 닫아버리곤 했다. 오늘 범어사 공양간에서 아주 오랜만에 익숙한 냄새를 맡는다. 아, 겨울 냄새. 못생긴 메주가 예뻐보이고, 콩삶는 냄새가 향긋하게 느껴지는 순간, 잃어버렸던 겨울을 찾은 기분이다. '그래, 내가 참 겨울을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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