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성지순례기는 안국선원(선원장 수불 스님)과 함께 2월 13일부터 22일까지 8박 10일간 진행된 여정에 동행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기자의 '인도는 처음이라'는 부처님의 숨결을 찾으려 떠난 인도에서, 인도의 매력에 홀딱 반하고 돌아온 성지순례기입니다. 

 

수많은 신을 모시고 축복을 구하는 나라이면서, 축복받지 못한 삶이 많은 나라. 그러면서도 그것을 신들의 축복이라 믿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인도는 그런 곳이다. 가난을 짊어지고 살면서도 가난하지 않다 말하고, 차선도 없는 도로를 달리면서 그것을 질서라 얘기하는 사람들. 인도인은 그런 사람들이다. 인간 싯다르타를 붓다로 살게끔 만든 곳, 탄생을 제외한 모든 삶을 살게 한 붓다의 나라 인도가 불교의 성지가 된 답을 찾고 싶었다.

부처님께서 다섯비구에게 첫 설법을 하신 성지. 사라나트가 이번 여정의 첫번째 순례지다.
부처님께서 다섯비구에게 첫 설법을 하신 성지. 사라나트가 이번 여정의 첫번째 순례지다.

부처님께서 탄생하시어, 깨달음을 얻고, 깨달음을 전하고, 마지막 열반에 이르는 네 가지의 획기적인 사건들이 일어난 장소가 4대 성지인 룸비니, 부다가야, 사르나트, 쿠시나가르이다. 그중 첫 번째 순례 장소가 된 사르나트는 싯다르타가 정각을 이루고 다섯 비구에게 첫 설법을 행한 곳이다. 그들은 붓다의 가르침으로 깨달음을 얻고 전법의 길로 나아간다. 최초의 전도이자, 깨달음이 가르침으로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짧게 머무는 순간이라도 몸의 모든 감각을 열어 심안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성지를 참배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수불 스님은 설명했다.
짧게 머무는 순간이라도 몸의 모든 감각을 열어 심안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성지를 참배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수불 스님은 설명했다.

 

“부처님께서는 일생에 단 한번 이곳을 오셨지만 평생 잊지 못하시고 가슴에 품고 살았습니다. 이곳은 이미 부처님 당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육안으로 보는 것은 별볼일 없는 것이고 심안心眼으로 보아야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머무셨던 곳은 어느 곳 하나 좋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이곳은 부처님께서 짧게 지나가신 곳이지만 평생을 품고 사셨던 곳입니다. 여러분도 이곳에서 짧게 머무는 순간이라도 모든 감각을 열어 심안으로 들여다보고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 안국선원 선원장 수불 스님

 

인도를 상징하는 붉은 벽돌과 곳곳에 남아있는 불상 조각은 부처님 당시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전도가 있었음을 흔적으로 남기고자 쌓아올린 후대의 것들이다.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기 위해서는 이 많은 것들을 지워내는 것으로부터 부처님의 흔적을 좇을 수 있다. 붉은 벽돌을 지우고, 사슴의 배를 불릴 푸른 초원을 상상하고, 자리에 앉아 바람결을 어루만지다보면 가슴 시린 첫 설법의 장면에 조금은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성스러운 공간에 들어왔음을 실감케하는 조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성스러운 공간에 들어왔음을 실감케하는 조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성스러운 공간에 들어왔음을 실감케하는 조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기원전 3세기 아쇼카왕은 부처님의 초전법륜을 기념하며 다메크 스투파와 아쇼카석주를 건립한다. 높이 43m의 다메크 스투파는 건립 초기와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웅장하고 거대한 모습으로 성지임을 증명해보이고 있다. 그 외에 특별한 건물은 남아있지 않지만 굽타 시대에 벽돌 구조의 고층탑 건축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흔적들이 남아있다. 또 아쇼카왕이 이곳에 건립한 아쇼카석주는 부서진 석주 부분만 남아있는데, 다행히 상단부의 사자상은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사르나트는 부처님의 첫 번째 설법지이다. 이곳에서 스승은 제자를 깨달음에 눈뜨게 만든다. 부처님께서는 6년 간의 고행 끝에 부다가야에서 깨달음을 증득하고 사르나트까지 280km의 길을 11일에 걸쳐 걸어온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설법을 가장 먼저 전하고자 다섯 비구를 찾아, 작열하는 태양 아래 타들어가는 대지 위를 맨발로 걸었을 부처님의 길. 우리는 지금 부처님이 힘겹게 걸어왔을 그 길의 종착지, 다섯 비구가 있었던 곳에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다섯 수행자는 사성제와 팔정도를 이해하고 깨달음을 얻었으며, 이로써 가르침을 받은 첫번째 제자가 되었고 교단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부처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다시 성도지 부다가야로 먼 길을 떠났다.

 

다메크 대탑이 보이는 나무 아래서 불자들이 스님께 공양을 올리고 있다.
다메크 대탑이 보이는 나무 아래서 불자들이 스님께 공양을 올리고 있다.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은 이곳에서 세 명의 상좌 스님을 곁에 앉히고 불자들로부터 탁발을 받았다. 불자들은 줄을 서서 스님께 천천히 삼배를 올리고 공양을 올렸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고 공부를 일러주신 것, 아니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존재의 감사에 대한 예경의 표현이었다. 제자들은 최선을 다해 마음을 표하고, 스승은 최선을 다해 받아들였다. 그 장엄한 공양의 행렬을 마주하며 나는 카메라 셔터를 바쁘게 눌러대는 것으로서 풍경을 멈춰두었다.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붉은 벽돌이 더 붉게 타오르고, 그림자는 더욱 깊게 드리워졌다. 성지순례라는 대의를 앞세우고 떠나온 길이지만, 나는 내 개인적인 감정의 동요를 놓칠 수가 없다. 이곳에 머물고 있는 순간, 부처님이 없는 부처님의 성지에서 부처님과 함께 있음을 자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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