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정사 ‘정초방생법회’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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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정사 ‘정초방생법회’ 길에서
  • 곽은영 기자
  • 승인 2020.02.0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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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새벽 6시, 아직 어둠으로 덮인 캄캄한 새벽이지만 사직운동장 입구에는 19대의 대형 버스가 길게 늘어서있다. 오늘은 부산 연산동에 위치한 혜원정사에서 남해 상주해수욕장으로 정초방생법회를 떠나는 날이다. 환하게 비추는 버스의 불빛을 따라 움직이는 900여 명의 신도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전국 여러 사찰에서 예정돼 있던 방생법회를 비롯해 각종 행사들을 연기하고 취소하는 상황이지만 혜원정사에서는 계획에 따라 이날 정초방생법회를 떠나게 됐다.

남해로 가는 버스 안에서 신도들의 얼굴에서는 마스크를 했음에도 그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2시간 30분가량을 달려 도착한 남해 상주해수욕장에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남해 상주해수욕장에서 정초방생법회를 봉행하는 혜원정사 신도들.
남해 상주해수욕장에서 정초방생법회를 봉행하는 혜원정사 신도들.

파란 물결에 햇빛이 부서지며 반짝거리는 남해 상주해수욕장 앞에서 혜원정사 주지 원허 스님의 집전으로 방생법회가 봉행됐다. 한 시간 정도 이어진 법회에서 스님과 신도들은 만물 중생에게 삼귀의를 설해주고 오계를 수지해 극락왕생하여 다음 생에는 성불하라는 의미의 축원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원래 신청한 인원보다 작은 신도들이 모였지만, 주지 원허 스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떠들썩한데 오늘 이곳에서 다 같이 기도하고 보리암 해수관음보살과 용문사 지장보살을 친견하면 모두 문제없을 것”이라고 동참한 신도들을 격려했다.

보리암으로 향하는 길
보리암으로 향하는 길
남해 보리암
남해 보리암
보리암 해수관음보살을 참배하는 신도들.
보리암 해수관음보살을 참배하는 신도들.

19대의 버스는 상주해수욕장을 출발해 국내 3대 관음성지 중 하나인 보리암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순환버스에 다시 몸을 실었다. 제2주차장에 내린 후 15분 정도 오르막을 올라가면 보리암에 당도한다. 보리암에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남해의 작은 섬들과 바다,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보리암의 절경은 남녀노소 누구나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보리암은 683년 원효대사가 이곳에 초당을 짓고 수도하며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 산 이름을 보광산, 초암의 이름을 보광사라 지었다. 이후 조선시대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을 연 뒤 이에 감사하는 뜻으로 산 이름을 금산, 절 이름을 보리암으로 바꿨다고 한다.

혜원정사 신도들은 보리암의 해수관음보살을 참배하고 보리암전 삼층석탑에서 탑돌이를 하며 경자년 한 해의 안녕과 소원성취를 기원했다. 보리암에서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 보다 더욱 발걸음이 가벼웠다.

남해 용문사
남해 용문사
용문사 지장보살상
용문사 지장보살상
용문사 지장보살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혜원정사 신도
용문사 지장보살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혜원정사 신도
용문사에서 바라본 풍경
용문사에서 바라본 풍경

다시 버스는 남해 용문사를 향해 달렸다. 맑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용문사가 나온다. 코끝에 전해지는 차가운 공기가 맑고 상쾌하다. 호구산에 위치한 용문사는 호국사찰로 임진왜란 때 왜구로부터 나라를 구했으며, 보물 제1446호 괘불탱화와 보물 제1879호 대웅전 등을 보관하고 있는 전통사찰이자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지장도량 가운데 하나다.

국내 최대 규모인 용문사의 지장보살상은 높이 10m, 무게 100여 톤으로 조성기간만 1년 6개월이 소요됐으며, 이는 작년 4월 조성돼 쌍계사 방장 고산 스님을 증명법사로 점안법회를 봉행했다. 혜원정사 신도들은 어마어마한 지장보살상의 크기와 위용에 감탄하며 지극한 마음으로 참배했다.

입춘 한파라는 일기예보가 무색할 만큼 하루 종일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덕분에 시작부터 회향까지 불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부산으로 가는 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연일 뉴스가 시끄러움에도 마음을 내어 동참해준 도반들에게 서로서로 또 한 번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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