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 스님 역을 맡은 배우 박해일

7월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나랏말싸미’가 모든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세종의 마지막 8년,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공개한다.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쉽고 과학적인 원리를 가진 한글이 과연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영화 ‘나랏말싸미’의 조철현 감독은 이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실존 인물 ‘신미 스님’에게서 찾았다.

숭유억불정책을 가장 왕성하게 펼쳤던 임금 세종은 죽기 전 유언으로 신미 스님에게 ‘우국이세 혜각존자(祐國利世 慧覺尊者, 나라를 위하고 세상을 이롭게 한, 지혜를 깨우쳐 반열에 오른 분)란 법호를 내렸다는 기록과 김만중의 ’서포만필‘에 있는 훈민정음과 불경을 기록한 문자인 범어(산스크리트어)와의 관계 등은 한글 창제와 관련된 여러 가지 설 중 하나로 신미 스님이 했던 역할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불교 국가인 고려를 뒤집고 유교를 국시로 창건한 세종이 스님과 손을 잡고 한글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역사가 미처 기록하지 못한 그들의 인연을 날줄로, 아픔과 고민 속에 잉태된 한글이 어떤 원리를 가지고 마침내 태어났는지 그 창제 과정을 씨줄로 짜여진 영화 ‘나랏말싸미’는 그렇게 시작됐다.

“난 공자를 내려놓고 갈 테니, 넌 부처를 내려놓고 와라”
“아니오, 나는 부처를 타고 가겠습니다. 주상은 공자를 타고 오십시오”

가장 높은 곳의 임금과 가장 낮은 곳의 스님. 하늘과 땅처럼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이 만나 소리글자인 한글 탄생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은 물론, 신하들의 감시와 눈길 등 장애물이 나타날 때 이를 푸는 해법을 제시하는 현명한 여장부 소헌황후는 이 둘의 인연이 한글 탄생까지 이어지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중국의 각종 언어학 서적을 섭렵했음에도 새 문자의 실마리를 잡지 못해 괴로워하던 세종. 단서는 엉뚱하게도 조선이 억압했던 불교의 유산인 ‘팔만대장경’ 안에 있었다. 세종은 신미를 통해 불경을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리글자 산스크리트어를 접하고 ‘소리글자’로 방향을 잡으며 백성을 위한 글, 한글 창제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한글 창제의 과정뿐만 아니라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 영주 부석사 무령사전, 안동 봉정사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 유적지를 한국 영화 최초로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자랑스럽고 유서 깊은 건축물들의 색감과 오랜 세월의 깊이는 한글 창제가 이뤄지는 1443년의 시간 속에서 색다른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조철현 감독은 “이 땅 오천 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는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이라 생각한다. 그 두 가지를 영화화하겠다는 희망을 품은 지 15년째다. 몇 년 전, 그 두 가지 사이에 신미 스님이란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종이 위대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건 결과에 대한 평가일 뿐이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새 문자를 만드는 과정을 씨줄로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인연을 날줄로 엮은 이야기다”고 전했다. (사진출처: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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