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한 태종대 수국축제는 매해 여름만 되면 국내외 관광객들로 북적북적 거린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한 태종대 말고도 부산에 수국 명소가 있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다. 바로 철마면 고촌리에 위치한 고불사이다.

고불사에 도착하니 형형색색의 동그란 수국들이 입구에서부터 반겨주고 있었다. 고불사 입구에 피어있는 수국은 기와담장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이 기와는 고려시대 기와로 100년이 넘었다고 하니 더욱 신비롭다. 기와 사이로 삐쭉 나와 있는 수국 한 송이가 눈에 띄었다. 그 좁은 기와 사이로 가지를 뻗고 나온 것도 신기한데 유독 동그랗고 탐스러웠다. 

입구에 핀 수국을 한참동안 감상한 뒤 기대감을 안고 사찰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보던 것 보다 더 많은 양의 강렬한 보라색 수국이 만개해 있었다. 분홍색, 하늘색, 빨간색 등의 수국은 많이 봐왔지만 보라색은 고불사에서 처음 접했다. 보라색 수국들 사이로 빨간 수국 한 송이와 대형 백합도 자리 잡아 더욱 화려한 사진 스팟이 완성됐다.

고불사 적멸보궁 주변으로 수국들이 만발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나한 석상과 그 뒤에 피어있는 수국이 어우러져 재밌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적멸보궁 뒤로 가보니 아직 피지 않은 수국들도 가득했다. 오른쪽으로 빨갛게 만발한 수국은 외래종이고, 왼쪽으로 아직 덜 핀 수국은 토종 야생수국이라고 한다. 야생수국은 이제 피기 시작해 한 달 뒤까지 그 화려함이 지속된다고 한다.

토양의 성질에 따라 다른 색의 꽃을 피우는 수국. 이제 피기 시작하는 수국은 잎이 연노란색을 띄고 있다. 연노란색의 꽃잎이 자라면서 제 색깔을 찾아 하늘색, 분홍색, 빨간색, 보라색으로 서서히 물들어 간다.

봉우리진 꽃망울 사이에 피어난 올망졸망한 꽃잎들은 마치 나비가 앉아 있는 것 같다. 비온 직후에 찾아가서 그런지 꽃잎에는 촉촉하게 물방울들이 맺혀 있었다. 비를 머금은 수국은 더욱 청량감이 가득했다.

수국들 사이로 유독 꽃잎이 큰데 몇 송이 피지 않은 꽃들이 있어 스님께 여쭤봤더니 이건 벌레가 먹어 이제 자라지 못하는 꽃이라고 하셨다. 벌레가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꽃은 꽃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예뻤다.

고불사의 수국은 소박하지만 오색단청과 팔각지붕, 정자 등 도량의 한국적인 미와 조화를 이루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나만 알고 싶은 비밀 장소, 올 여름은 한적한 고불사에서 소담스러운 수국과 함께 인생사진을 남겨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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