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정사에서는 매주 금요일이면 선다향실의 문이 열린다. 다인들이 펼치는 다화는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든 상큼하다. 그 속에서 미소의 향기를 뿜으며 오손도손 정다운 다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신미정(보안성), 신미주(자혜심) 자매와 함께 불도를 닦고 있는 김경희(금륜심), 김영희(성해월) 보살님은 두 자매의 올케다. 보안성과 자혜심 자매와 함께 네 명의 보살님이 옛적부터 이어온 혜원정사와의 인연은 매우 각별하다.

보안성과 자혜심 자매는 박마니화 보살님의 두 딸로 엄마를 따라 일 년에 몇 번씩 절을 오간 것이 전부였다. 자매의 어머니는 큰며느리(금륜심)에게 맏며느리의 역할은 집안을 화목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믿음’을 가풍으로 따르기를 바라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가족들 간의 화목과 집안의 평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우리 두 자매에게는 불교 공부를 강조하시지 않았지만, 집안의 맏며느리인 금륜심 보살님에게는 불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가정의 화합을 이끌 것을 당부하셨지요.”

이에 금륜심 보살님 또한 우애 있는 집안이 되기를 바라며 시어머니의 가르침을 일찍 받아들였다고 한다. 보살님은 사중에서 6재일을 비롯해 정기 법회, 주요 행사, 매주 다도 수업 등 소소한 일도 빠트리지 않고 열심히 절에 다니며 부처님 법을 행하고 있다. 자매는 독실한 불교 신자로서 살고 있는 올케의 신심을 치켜세운다.

“어느 날 오빠 따라 맏이로 결혼해서 시동생과 시누들 뒷바라지에 마음고생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륜심 보살님은 불평 불만하지 않고 착실하게 맏며느리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습니다.”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는 잡보장경의 구절을 새기고 있다고 귀띔해준다.

금륜심 보살님의 어머니도 역시나 큰딸이 불교에 귀의하여 보살행을 실천하는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하며 자랑하고 칭찬해왔다. 동생들에게도 언니를 따르라고 가르치곤 했다고. 자식들은 그때 당시는 섭섭하다고 느끼며 엄마의 성화에 가끔씩 절을 오갔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습관으로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마치면 천수경, 관세음보살보문품, 금강경 등 경전을 펼치고 있다.

작은 며느리인 성해월 보살님은 무엇보다 큰아들이 수험생이 되면서부터 일념으로 관음기도를 행하였다고 한다. 아들들은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어서 기뻤고, 남편도 열심히 뜻을 펼치고 있으며, 올케와 여동생 집안도 일년이 하루같이 평안한 모습이 참으로 감사하다고 말한다.

육화전에서 기도를 할 때면 가끔은 부모님 생각에 젖어 든다고 한다. 요즘의 큰 기쁨은 큰형님(금륜심) 덕분에 차(茶)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깊은 정을 나눠서 따뜻하다고.

네 사람이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한 집안의 며느리로 만나 정겨운 도반이자 동서지간인 금륜심 보살님과 성해월 보살님, 그리고 이들의 시누이자 다정한 자매 보안성 보살님과 자혜심 보살님. 피를 나눈 가족이면서 피보다 진한 도반의 정으로 함께 공부하는 이들은 서로에게 든든한 보리수 나무가 되어주고 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이들 가족의 시선이 서로에게 참 애틋하고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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