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절 좋은 사람⑲ 원효, 의상이 애정한 정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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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절 좋은 사람⑲ 원효, 의상이 애정한 정진처
  • 최은영 기자
  • 승인 2019.06.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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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원효암

불상은 수차례 도난 위기에도 늘 본래처로 돌아왔다. 영험한 기운에 누구나 탐냈던 아름다운 불상, 그러나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금정산에 머물렀던 원효암 목조관음보살좌상 이야기다. 차로는 갈 수 없고 오직 걸어서만 갈 수 있는 곳, 대웅전 앞마당까지 차가 들어가는 요즘 시대에 여전히 원효암은 옛것, 옛 모습을 간직하며 신심을 가진 자들의 입산만을 허락하고 있다.

범어사 원효암
범어사 원효암

 수좌들이 애정한 정진처

범어사의 제일 암자는 단연 원효암이다. 금정총림 방장이신 지유 대종사께서 40여 년간 당신의 정진처로 수행하신 도량이다. 원효 스님이 창건한 원효암은 금정산 자락이 날개를 펼쳐 품에 안은 듯 안온하면서도 탁 트인 풍경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바로 뒤편에는 원효 스님이 좌선수행하였다는 원효대가 있고, 멀지 않은 곳에 의상 스님이 앉았다는 의상대가 있다고 하니 두 분이 같이 기거하며 수행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어렵지 않다. 도량의 양명한 기운이 당대 큰스님들로 하여금 이곳을 정진처로 삼게 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매월 방장 스님 법문 청해 듣는 기회

지유 큰스님은 한 달에 한 번 원효암에서 법회를 갖는다.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이 되면 백여 명의 불자들이 스님의 선법문을 청해 듣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지유 큰스님은 “절마다 차이가 있지만 근본은 같다.”며 매월 갖는 법회의 요지를 짚어 주셨다. “다 같은 불교지만 불교에 대해 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사람을 볼 때 겉모습을 보지만 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불교의 피부까지 닿았고, 어떤 사람은 살 속까지 들어가고, 어떤 사람은 뼈에 닿는 배움을 얻을 겁니다. 그래서 불교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혜가대사에게 달마대사가 ‘너는 나의 골수를 얻었다.’고 일렀습니다.”

스님은 불교의 골수란 마음이 부처라는 것을 깨닫는 데 있다고 짚었다. 원효암을 찾아 불법을 묻는 이들에게 골수를 얻는 ‘힌트’를 밝히는 것. 그것이 스님의 법문 속에 있다. 법문이란 골수 자체가 아니라 길을 일러 주는 지남이라는 것이다. “저마다 불법을 대하는 생각이 다릅니다. 자기 나름대로 옳다고 믿는 아집 때문이지요. 손가락도 길고 짧음이 있는데 대중의 생각이야 얼마나 다르겠습니까. 다만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그동안 껍데기만 보고 살았는데, 아! 골수가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원효암 입구
원효암 입구

불편함이 주는 지혜

스님의 말씀에 앞서 “원효암에 올라오는 것 자체가 수행”이라는 농담이 오갔다. 스님은 맞장구치시며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과학이 발달됐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한쪽밖에 모릅니다. 천 년 전과 비교하면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반대로 더 불편한 삶을 살고 있어요. 옛날에는 흐르는 물을 그냥 마셔도 병이 안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 오염되어서 그대로 마시면 병이 들지요. 또 옛날에는 공기가 오염될 거란 생각을 하지도 못했습니다. 요즘엔 숨을 쉬는 데도 미세먼지 때문에 그냥 쉴 수가 없지요.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예전엔 그저 기쁜 마음이었지만 이제는 의심투성이로 맞아들입니다. 이것을 발달이라 하겠습니까? 매미가 땅 속에서 7년을 살다가 지상으로 올라와서는 일주일도 채 살지 못하고 죽습니다. 매미가 7년을 살아도 여름 한철만 알고 겨울을 모르는 이치와 같습니다.”

겨울을 모르고 죽는 매미는 편협한 사고를 가진 우리 모두를 의미하는 바이다. 스님은 덧붙여 “육신이 물질과 마음으로 만들어져 있고, 우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자를 움직이려거든 본체를 움직여야 하듯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면 육신은 썩어 들어 갑니다. 몸은 그저 주인이 시키는 대로 따라갈 뿐입니다. 내 몸, 이 우주는 그 마음 쓰임에 달라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원효암을 오르는 짧은 불편함은 아주 사소한 일이다. 우리는 삶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며 얼마나 많은 번뇌를 일으켰는가. 결국 선사의 답변은 명쾌했다. 자리가 불편하면 일어서고, 서 있는 게 불편하면 앉으면 될 일이다. 결국 마음을 움직이라는 일갈이었다.

원효암 목조관음보살좌상
원효암 목조관음보살좌상
부산광역시 지정 유형문화제 제11호 원효암 동편 삼층석탑
부산광역시 지정 유형문화제 제11호 원효암 동편삼층석탑

정비 불사 마친 원효암

원효암은 수십 년 동안 수좌들의 정진처로서 외견상 큰 불사를 이루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당우가 많이 낡고 법당에 누수가 심해 대대적인 정비 불사를 진행했다. 이에 단청을 새로 하고 낡은 서까래를 교체해 이전보다 훨씬 밝아진 모습이다. 전각은 관음전과 심검당, 요사채 등이 있다. 또 주변에는 삼층석탑 두 기와 사리부도, 방광탑 등이 있다. 특히 서편삼층석탑은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2호로 높이 2.33m의 신라 말기 작품이며, 동편삼층석탑은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제 제11호로 높이 1.9m의 고려 말기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의 모습만 봐도 산내 암자로서는 꽤 큰 규모인데, 신라 말기와 고려 말기에 조성된 석탑을 보면 과거에는 더 융성한 가람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원효암이 외관상의 변화를 이루었지만 그 내용에는 변함이 없다. 선사의 법문은 주효하고, 불자들은 선의 요지를 탐하고자 매월 이곳을 찾고 있다. 그곳, 원효암에는 여전히 스승이 있고 제자가 있으며 변하지 않는 깨침의 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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